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작곡가 아틀리에 Composers' Atelier
형상과 윤곽이 무너지고 아플라(aplat)로 중첩되는 거대한 표면들의 존재와, 그것들이 서로 관련 없이 등장하는 단층들의 향연. 시공간의 차원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나의 의문들은 화가 베이컨의 그림을 해석하는 질 들뢰즈의 글을 읽으면서 어느정도 해소가 되었다. 흔히 '단색'이나 배경'이라고 이해되는 이 단어는 그림에서 구조화와 공간화 기능을 하는 거대한 개념이기도 하다. 이 아플라들은 형상의 밑이나 뒤 혹은 그 너머에 있지 않고, 바로 옆 혹은 바로 주변에 있으면서 형상들과 마찬가지로 포착된다고 말한다. (질 들뢰즈, 감각의 논리)
형상과 윤곽이 음악을 만드는 작은 요소들이라면, 형상이 해체됐을 때가 가장 감각적인 상태이며 거대한 아플라로 중첩되는 과정은 음악의 완성이라기보단 소리 그 자체의 존재로 인식될 것 같은 상상을 시작한다. 즉 음악이 '단순한 소리'가 되기까지 소리적 공간을 만들고, 아플라 속에 사라지려는(혹은 접합하려는) 움직임 그 자체가 이 작품의 의미이자 목적이다. 실제 지금의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인지하는 차원에서 설명될 수 없는 것처럼, 천지가 어떻게 생성되고 이미 천국이 임했다는, 차원을 초월하는 기적같은 일들은 현재의 표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아플라를 볼 수 있을 때 깨닫게 될 것이다. 깨지고 부서져 가장 원초적인 상태가 되면 본질은 드러난다.
2023.11.01 @국심리딩세션 / 작곡가 아틀리에
연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aplat for Orchestra (2023)
* technical rider

